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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3월호-[화제 | 숲해설가 수료기] 산꾼 기자, 숲해설가 전문과정에 도전하다

작성자: 숲연구소

조회: 16113 등록일: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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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3월호.jpg(580.0KB)Download: 10

<h3 class="news_subtitle"><table width="675" align="center" class="center" id="community_image"><tbody><tr><td><img _width="675" align="absmiddle" src="/rankup_module/rankup_board/attach/story/14899973770894.jpg" style="width:675px;"></td></tr></tbody></table></h3><p class="news_subtitle"> </p><h3 class="news_subtitle">253일간의 숲해설가 전문가 교육과정 수료기<br><br></h3>
<div class="par">
<p>답답했다. 등산잡지 기자로 12년간 산에 다녔지만 나무와 풀에 대해 몰랐다. 등산 코스와 등산 기술에만 관심을 가졌지, 막상 산의 주인인 
나무와 풀 같은 생태에 대해 무지했다. 언제부턴가 이 나무 이름이 뭔지, 꽃 이름이 뭔지, 이 산은 생태계가 건강한지 아닌지, 궁금증이 
생겼다.<br><br>산에 대한 기사를 쓸 때도 그 산의 역사와 문화, 멋진 경치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자연생태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자연보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논리를 가지고 설득력 있게 분석하고 싶었다. 그런 목마름이 쌓이면서 
취재산행을 하면 답답함이 밀려왔다.<br><br>해결책은 숲해설가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일반인에게 숲의 생태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숲해설가 정도의 수준이 되면 목마름은 어느 정도 해갈될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산림청에서 인증한 교육기관에서 140시간 이상 이론과 실기 수업을 
듣고 각종 시험과 실습을 해야만 숲해설가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직장 생활 하는 사람에겐 현실적으로 어려운 큰 난관이었다. 게다가 
월간<山> 기자 특성상 지방출장을 다니거나 원고 마감 등이 있어 정기적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br><br>반포기 상태로 숲해설 공부를 잊을 때쯤 ‘숲연구소 숲해설가 전문과정 교육생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평일 낮과 
저녁에 교육이 몰려 있는 다른 기관과 달리, 일주일에 평일 하루 저녁 3시간과 주말 오후 3시간 교육 일정이었다. 이런 스케줄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숲연구소’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산림청으로부터 숲해설가 양성기관으로 인증 받은 원조격의 숲해설가 
양성기관이었다. 다른 기관보다 수료하는 데 기간이 길게 걸리는 만큼 ‘숲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었다.<br><br>전문과정 전에 한 달간 입문과정 수업을 들어야 신청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2월부터 11월 말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장도였다. 과연 잡지 마감을 지키고 지방 출장을 다니면서 140시간 이상 수업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용감하게 지원했고 
면접에 합격했다. 모집 인원보다 지원자가 더 많아 사단법인 숲연구소 이사장인 남효창 박사의 면접을 거쳐 어렵게 ‘숲해설가 전문과정’을 시작했다. 
입문과정 한 달 수업을 거쳐 2016년 3월부터 숲연구소 29기 숲해설가 전문가 교육과정에 참여했다.<br><br>결론부터 얘기하면 쉽지 
않았다. 아니 ‘이걸 왜 한다고 해서 이 고생을 하나’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 1분 1초만 놓고 보면 30~40대를 거치며 이토록 
재미있게 교육에 참가한 적이 없을 정도로 진심으로 몰입했다.<br><br>숲생태학, 식물학, 식생조사, 숲의 인문학, 곤충의 이해, 야생동물의 
이해, 산림생태계의 구조, 숲해설 프로그램 개발, 산림교육 교재 연구, 수목 분류학, 초본 분류학, 수서생물, 숲체험 기법, 커뮤니케이션 기법, 
인성 교육, 발달심리학, 인간관계학, 야외활동 지도, 응급처지, 산림토양학, 생태 특강, 생태 놀이 등 폭넓은 과목을 20여 명의 전문 
강사들에게 배웠다. 이런 것까지 배우는구나 싶을 정도로 넓고 깊게 파고드는 교육내용이었다.<br><br></p></div>
<div class="news_imgbox"><figure><img alt="숲해설가" src="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3/07/2017030702437_1.jpg"> 
<figcaption>1 자연에서 소통하는 법을 놀이를 통해 체험하고 있다. 2 초본 분류 실습 시간. 남산 공원에서 작은 풀과 꽃을 관찰하고 
있다. </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figure></div>
<div class="par">
<p><strong>마음을 움직이는 숲해설을 하라<br><br></strong>입문과정 첫 수업에서 남효창 박사는 ‘나무의 삶과 사람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독일에서 공부한 산림학자 겸 생태철학자답게 그는 복잡한 나무의 생리를 사람과 비교해 쉽게 풀어 설명했다. 숲 공부를 하는 
사람의 숲에 대한 마음가짐 같은 기본기도 자연스레 일러 주었다.<br><br>숲연구소를 설립한 남효창 박사는 “단순히 나무 이름, 꽃 이름을 
가르치는 교육을 할 생각은 없다”며 숲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움으로써 우리 삶이 더 건강하게 바꿔지기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는 
숲해설가를 배출하기를 원했다.<br><br>동기 교육생은 40명이고, 숲해설가 과정을 거친 선배 수료생 두 명이 조교로 참여해 도움을 주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29기 마가목(기수별로 부여되는 나무)’이란 이름으로 함께 공부했는데, 친해지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숲을 좋아하는 이들이기에 자연을 닮아 성품이 맑고, 관심사나 추구하는 바가 비슷했다. 또 일주일에 이틀씩 꼬박꼬박 
만나니 친해지는 것이 당연했다.<br><br>자연 현장을 누비는 주말 실기 교육은 숲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주말의 실기 수업은 
현장에서 보고 배우는 생생한 과정이라 숲해설가로 거듭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br><br>자연휴양림과 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된 1박2일 교육도 
두 번 있었다. 조별로 실제 숲해설 프로그램을 짜고 시연해, 부족한 점을 수정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내가 몰랐던 숲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레 익혔으며, 숲해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br><br>학교처럼 중간고사와 기말 필기시험이 
있는데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쉽게 풀렸다. 중고등학교 시절처럼 발 빠른 학생들이 있어, 기출문제 족보를 만들어 
돌리고, 핵심 내용만 요약해 공유하는 등 효율적인 숲 공부를 하는 기회가 되었다.<br><br></p></div>
<div class="news_imgbox def"><figure><img alt="숲해설가" src="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3/07/2017030702437_2.jpg"> 
<figcaption>창경궁에서 진행된 반칠환 시인의 ‘숲의 인문학’ 수업. 수요일 저녁에는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이론 교육이, 토요일 
오후에는 야외 수업이 진행되었다.</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 </figure></div>
<div class="par">여러 과제는 시험보다 더 큰 산이었다. 서울 궁궐의 나무 수종 조사, 숲해설 참관 기록 제출, 개인 도감 제작, 전체 
도감 제작 등 수업 시간 외에도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불평을 하면서도 과제를 하다 보면 숲을 이해하는 기초가 되는 밑단 쌓기 작업임을 스스로 
실감했다.<br><br>서울의 궁궐을 돌며 140종류의 나무를 직접 관찰해 표를 작성하는 것은 고된 일이었지만 나무를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는 
첫걸음이 되었다. 개인 도감을 만들기 위해 집 가까운 곳의 나무들을 모니터링하는 세심함이 필요했고, 전체 도감은 배당 받은 나무의 사진을 찍고 
살피기 위해 찾아다니는 노력을 해야 했다.<br><br>수업과 과제라는 쉽지 않은 능선종주를 하면서, 다리에 근육이 생기듯 숲을 보는 눈이 
트여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와중에 몇몇 나무는 더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신갈나무였다. 한국 산의 능선에서 가장 흔한 
나무인데, 원래 평지에서도 자라는 나무였지만 지금은 능선으로 터전을 옮겼다. 소나무와 신갈 모두 양수성이라 햇볕을 좋아하는데, 자연 상태에서 
소나무는 빠르게 자라는 활엽수인 신갈을 당해낼 수 없다. 때문에 옛날부터 신갈은 소나무를 위해 제거해야 하는 잡목이었다.<br><br>또 목재가 
단단해 과거의 가공 기술로는 효용 가치가 높지 않은 나무였다. 하지만 참나무류는 ‘참’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참된 나무’이다. 병충해에 
비교적 강해 빠르게 잘 자라서 숲을 만들어 생태계의 틀을 잡고, 도토리를 무수히 퍼뜨려 야생동물을 먹여 살리는, 억척스런 어머니 역할을 한다. 
심지어 나무를 베어도 뿌리가 있는 밑둥만 있으면 다시 줄기와 잎을 뻗어 어떻게든 삶을 이어간다. 신갈의 처절한 생명력을 알게 되자, 능선에서 
항상 마주치던 ‘그냥 나무’가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다.<br><br>그렇게 숲해설가 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산행이 바뀌어 갔다. 꽃이나 나무가, 
“나 좀 봐” 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고, 고요의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나무와 신갈나무의 전쟁을 알아보게 되었고, 숲의 천이 과정도 
미약하게나마 눈에 보였다.<br><br>과정 이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교육 실습’이었다. 숲해설가를 운영하는 전국의 많은 수목원과 공원에 
단기 실습생으로 30시간 이상 활동을 해야만 했다. 결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목원인 포천의 국립수목원(광릉숲)에서 여름휴가 일주일 동안 실습을 
했다.<br><br>숲해설가들이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숲해설에 일종의 보조로서 참관했다. 특히 여러 숲해설가들의 해설을 들으며, 다양한 
스타일의 수준 높은 해설을 경험했다. 또 현장에서 보는 관람객들의 반응도 이채로웠다. 마지막 날에는 실전 숲해설을 했다.<br><br>일반인을 
대상으로 직접 숲해설을 하는 것이다. ‘긴장하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하면서도 식은땀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숲해설을 듣는 관람객들은 
이해심과 인내력이 있는 여유로운 성격의 사람들이었다. 작은 실수는 눈감아주며 응원의 박수를 쳐주었고, 즐겁게 숲해설을 마칠 수 
있었다.<br><br></div>
<div class="news_imgbox def"><figure><img alt="숲해설가" src="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3/07/2017030702437_3.jpg"> 
<figcaption>1 일반인 가족을 초대해 진행한 조별 놀이시연 실습. 2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새를 관찰하는 예비 숲해설가들 3 수업 
시간에 항상 착용하는 예비 숲해설가들의 명찰. 4 자연 현장에서 도감과 비교하며 진행된 수업</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figcaption> </figure></div>
<div class="par"><strong>배려의 호르몬 ‘피토크롬’<br><br></strong>실전 숲해설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실전 
테스트인 조별 놀이시연과 개인 나무해설이 남아 있었다. 일반인을 초대해 조별로 숲과 관련된 놀이를 실제로 시연해야 했다.<br><br>강사와 
조교의 혹평으로 다 짜놓은 프로그램을 몇 번이나 엎었고, 서로의 장점을 모아서 더 나은 길을 찾아야 했다. 시연은 숲해설과 달랐다. 놀이를 하는 
것이기에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줄 활동을 찾아야 했다.<br><br>몇 가지 놀이로 긴장을 풀고, 본격적인 숲놀이에 
들어갔다. 로프로 둥근 원을 만들어 둘러서서 그 안에 자신의 나무를 만들게 했다. 주변에 떨어진 가지와 낙엽·열매를 이용해 봄부터 성장하는 
나무를 만들도록 했다. 그 결과 성장 경쟁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나무와 겹치는 부분이 생겼다.<br><br>“하늘의 저 나뭇가지를 봐주세요. 
겹치는 부분이 있나요? 나무는 서로 비껴서 자랍니다. 나무에게도 보는 눈이 있답니다. 이 눈 역할을 하는 것이 ‘피토크롬’이라는 호르몬이에요. 
피토크롬은 서로에 대한 배려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배려가 모여 조화로운 숲이 됩니다.”<br><br>시연은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거둬 
참가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 것은 개인 나무해설이었다. 총 60그루의 나무 중에서 무작위로 나무해설을 하는 
방식이었다. 여의도공원의 다양한 나무를 순회하며 무작위로 이름을 뽑아 선택되면 후배 기수 40명과 동기 40명 앞에서 15분간 나무 해설을 해야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나무별 핵심 요약을 벼락치기하듯 암기했다.<br><br>“다음 차례는 신준범 
선생님!”<br><br>드디어 이름이 호명되었다. 노간주나무였다. 반가우면서도 앞이 깜깜했다.<br><br>“태양계의 근원은 태양입니다. 우주의 
가장 큰 양의 기운이죠. 음의 기운은 바로 땅입니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우주의 기운을 에너지로 만들어냅니다. 뿌리는 땅의 양분을 
빨아들여 에너지로 만듭니다. 이 노간주나무는 음과 양을 조화롭게 사용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음과 양을 조화롭게 쓸 줄 아는 이 시대의 
도인 같은 나무입니다.”<br><br>고심 끝에 준비한 나무 공통의 숲해설을 시작으로, 노간주나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행히 노간주는 도인마냥 
적은 햇볕과 물로도 느리게 성장하며 삶을 이어가는, 욕심이 없는 나무라 이야기를 풀기가 수월했다.<br><br>11월 26일, 드디어 수료식에서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12월에는 산림청으로부터 숲해설가(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을 받았다. 이후 버릇이 생겼다. 사람들과 산에 갈 때마다 
이런저런 숲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 사람들은 재미있어 했고, 우리의 산행 속도는 남들보다 조금 느려졌다. 숲해설가의 깊이로 산에 
대한 기사를 쓰려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산을 보는 생태적인 시선을 갖게 된 것이 결실이 아닌가 싶다. 이제 253일간의 몸부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 줄 차례다.<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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